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6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통합관제센터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DB
“일단 올해는 국내 증시(국장)가 맞는 것 같다. 미국 주식 산 건 묻어두고 상법개정안 통과 전에 국장 들어가려고 한다.”
6월 11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 글들이다. 6·3대선 이후 국내 증시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면서 ‘서학개미’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5월 한 달간 미국 주식을 13억1085만 달러(약 1조800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 매도 우위로 전환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2023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순매도액이 10억 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재명 추가 랠리 가능할까
이재명 대통령은 6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자본시장 공정성 확보 방침을 강조했다.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5월 1193억 달러(약 162조900억 원)에서 6월(1~6일 기준) 1173억 달러로 줄었다. 한 달 새 약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가 빠져나간 셈이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기술주에서 대규모 매도가 눈에 띄었다. 엔비디아는 13억4713만 달러(약 1조8300억 원), 팔란티어는 9억2668만 달러(약 1조2500억 원)가량 팔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20억5778만 달러(약 2조8000억 원)어치가 매도됐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미국 주식 테슬라는 22억2662만 달러(약 3조260억 원)로 매도 결제 규모가 가장 컸다.
코스피 추종 ETF 거래대금 증가
반면 코스피를 추종하는 ETF는 거래대금이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추종 ETF를 매수했다고 밝힌 5월 28일 전후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과 ‘KODEX 코스닥150’은 거래대금이 각각 121%(5월 27일 2184억 원→6월 9일 4841억 원), 66%(5월 27일 663억 원→6월 9일 1101억 원) 증가했다. 6월 10일 기준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5월 일평균(15조 원)보다 26% 증가한 19조 원이다.20대 서학개미 황모 씨도 대선 기간 코스피를 추종하는 ETF를 매수했다. 3년째 미국 기술주와 S&P500을 추종하는 ETF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왔지만, 이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마음을 바꿨다. 황 씨는 “자주 시청하는 투자 유튜브 채널도 다 국장 얘기만 한다”며 “올해 들어 미국 주식 수익률이 시원치 않아 미국 주식 90%, 한국 주식 10%였던 포트폴리오를 6 대 4까지 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료 | 인베스팅닷컴
이번 강세장의 동력은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과 자본시장 개혁 의지다. 이 대통령은 취임 8일 만에 한국거래소를 찾아 우량주 중간배당을 통한 내수 진작과 배당 촉진을 위한 세제 개편 준비 등을 밝혔다. 김대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 드라이브에 시장이 강세장으로 화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 여지를 인정하면서도 단기 과열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상법개정안 통과 속도 및 내용, 추가 대기 법안 현실화 여부에 따라 코스피 3100도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3000 선까지는 무난히 오를 수 있어 보이지만, 그 후는 거시환경 호전이 전제돼야 한다”며 “현재로선 3000 선을 고점으로 보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