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생제르맹이 5월 31일(이하 현지 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를 5-0으로 꺾고 우승했다. 뉴시스
#UEFA 챔스, 파리 생제르맹(PSG)
유럽 축구 역사에서 독일 뮌헨은 ‘기회의 땅’이었다. 과거 뮌헨에서 치른 4번의 결승전에선 늘 정상에 오른 적이 없는 새로운 챔피언이 배출됐다. 아니나 다를까, 뮌헨에서 열린 이번 결승전에서도 PSG가 첫 챔스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PSG는 압도적 전력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를 꺾고 꿈에 그리던 유럽 정상에 올랐다. 그야말로 완벽한 경기 끝에 PSG는 챔스 결승전 사상 최대 점수 차인 5-0 대승을 거뒀다.
PSG는 2011년 카타르 자본이 들어오면서부터 유럽 챔피언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이어졌고 수많은 슈퍼스타가 그 꿈을 실현하고자 파리에 입성했다.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반짝이는 별 같은 선수들이 PS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구단은 음바페를 끝으로 슈퍼스타가 트로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 대신 뛰어난 활약을 하면서도 팀을 위해 헌신하는 젊은 선수들로 전력을 꾸렸다. 그 결과 PSG는 챔스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리그, 코파 델 레이(FA컵), 챔스를 석권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10년 만에 리그, 쿠프 드 프랑스(FA컵), 트로페 데 샹피옹, 챔스 4관왕을 달성했다.
첼시, UEFA 대회 ‘그랜드슬램’
#UEFA 컨퍼런스리그, 첼시창설 4년째를 맞이한 UEFA 컨퍼런스리그는 챔스와 유로파리그를 잇는 대회다. 2021∼2022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AS 로마를 시작으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시즌 최종 승자는 첼시였다. 첼시는 이번 컨퍼런스리그 우승으로 흥미로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바로 현존하는 UEFA 주관 대회인 챔스, 유로파리그, 컨퍼런스리그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이다. 첼시는 지금은 폐지된 UEFA 컵위너스컵 우승도 차지한 바 있다.
첼시는 이번 컨퍼런스리그 결승에서 레알 베티스를 상대했다. 엔초 마레스카 첼시 감독과 마누엘 페예그리니 레알 베티스 감독의 인연도 흥미롭다. 마레스카 감독은 2010년 페예그리니 감독이 스페인 말라가 CF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선수로 활약했다. 2018년에는 EPL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 감독과 코치로 함께 일한 적도 있다. 마레스카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페예그리니 감독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첼시는 마지막 순위 싸움 끝에 리그 4위를 차지하며 다음 챔스 진출권을 따냈고, UEFA 주관 대회 우승 타이틀도 챙기며 ‘해피엔딩’으로 이번 시즌 마침표를 찍었다.
#카라바오컵, 뉴캐슬 유나이티드
3월 말 잉글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세인트제임스파크 주변은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뉴캐슬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에 참여하려고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이번 시즌 카라바오컵으로 불리는 잉글리시풋볼리그에서 우승했다. 결승까지 모두 7경기를 치렀고 첼시, 브렌트포드, 아스널, 리버풀을 차례로 격파하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카라바오컵은 이른바 유럽 빅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에서 잉글랜드에만 존재하는 대회다. 우승팀에는 UEFA 컨퍼런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지만 대회 권위나 위상이 리그, FA컵에 비해 높다고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구단과 팬들이 카라바오컵 우승을 기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954∼1955시즌 FA컵 우승 후 처음 들어 올리는 트로피이기 때문이다. 1955년 이후 우승을 다시 경험하기까지 70년을 기다렸으니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올 만도 하다. 어지간한 올드팬이 아닌 이상 2부 리그 우승이 아닌 ‘진짜 우승’은 처음 경험했을 것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다음 시즌 챔스로 향한다. 최근 하부 리그를 전전하던 지역 라이벌 선덜랜드 AFC의 EPL 승격으로 ‘타인위어(Tyne–Wear) 더비’도 치르게 됐다.

첼시가 5월 28일 폴란드 브로츠와프 타르친스키 아레나에서 열린 UEFA 컨퍼런스리그 결승전에서 레알 베티스를 4-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뉴시스
70여 년 만에 우승, 뉴캐슬과 볼로냐
#코파 이탈리아, 볼로냐서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이탈리아 중북부 도시 볼로냐에는 1909년 창단된 축구팀 볼로냐가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반세기 넘게 강팀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축구팬에게도 그리 유명한 팀은 아니다. 그래도 창단 이후 78번의 시즌을 1부 리그에서 버틴 ‘생존왕’이다. 하부 리그로 떨어져도 금방 상위 리그로 복귀하는 저력의 팀이기도 하다.
볼로냐는 1920~1940년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강팀으로 군림하며 세리에A 7회, 코파 이탈리아 2회 우승을 차지했다. 볼로냐의 마지막 우승은 1973∼1974시즌 코파 이탈리아였다. 이번 시즌 코파 이탈리아 우승으로 볼로냐는 71년 만에 트로피를 차지했다. FA컵 격인 코파 이탈리아에서 AC 밀란을 접전 끝에 1-0으로 꺾고 구단 역사에 영광스러운 기록을 추가하게 됐다.